재미있는 축제 이야기
축제에 얽힌 재미있는 축제 이야기입니다. 지자체장들이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얼마나 엉뚱하고 생기발랄(?)한 축제를 기획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알면 실소를 금치 못할 것입니다.
화천 산천어축제 사례
겨울축제의 대명사는 단연코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을 말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산천어축제는 수식어가 참 많은 축제입니다. 열거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세계 4대 겨울축제 : 세계 4대 겨울축제는 하얼빈 빙등, 퀘벡 겨울축제, 삿포르 눈축제에 이어 화천 산천어축제가 포함됩니다. 그 정도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축제가 강원도 조그만 산골마을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입니다.
2.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 : 2010년 경, CNN에서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발표하면서 산천어축제를 포함시킨 것도 이색적이었습니다. 외국인들 시각으로 봤을 때, 산천어축제는 신비롭거나 경이롭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3. 전국 최초 상품권 도입 : 축제장에서 지역상품권을 발행한 것은 산천어축제가 최초입니다. 운영방법은 이렇습니다. 낚시터 입장료가 10,000원이라면, 1만 원을 받고 3천 원을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화천에서는 현금처럼 유통되는 상품권이 타 지역에서는 휴지조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관광객들은 축제장에서 소비해야 합니다. 축제로 인한 지역 농산물 판매가 크게 증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4. 18년 연속 관광객 1백만 명 유치 : 2003년도에 최초 시작된 축제는 2006년부터 100만 명 돌파를 시작으로 2024년 금년도까지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사축제 등장 그러나...
산천어축제가 성공을 거두자 전국적으로 유사축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자체장들은 지역경제나 발전은 뒷전에 두고 오직 자신의 치적을 발판 삼아 재선을 위해 무리하게 축제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소개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다슬기 잡기 축제
청정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한 자치단체에서 다슬기 축제를 기획했습니다. 사람들을 동원해 전국에서 다슬기를 구입해 축제장 계곡에 투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축제를 열기로 한 계곡에는 다슬기가 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다슬기는 아주 깨끗하고 찬 물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축제 주최 측에서는 청정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1 급수 계곡에서 축제를 열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축제를 열기로 했는데, 축제 개막전날 갑자기 폭우가 내려 개울물이 범람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그 많은 다슬기는 다 떠내려가고, 축제를 취소해야 했습니다. 삽시간에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한 것입니다. 쉬쉬했지만 지역 언론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습니다. 무리한 욕심이 빚은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메기축제
산천어축제 성공을 목격한 인근 한 자치단체에서는 차별화되고 독특한 축제를 기획했습니다. 메기 축제를 열기로 했습니다. 즉 메기를 얼음 속에 집어넣고 낚시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느 메기 양식장에 가서 얼음 속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 지렁이를 드리우자 메기의 입질이 시작됐습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부랴부랴 축제장을 조성하고 얼음을 얼린 후, 수 십 톤의 메기를 투입하고 축제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메기가 입질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당해 지자체에서는 전 공무원을 동원해 얼음을 흔드는 등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메기는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요? 메기는 수온이 내려가면 동면에 들어가는 물고기입니다. 따뜻한 아랫지역 양식장에서는 메기 입질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얼음 속의 메기는 움츠려 들고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한다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결국 그 자자체는 축제 단 하루 만에 문을 닫아야 하는 촌극을 연출해야 했습니다.
가제축제
더 황당한 건 가재축제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지자체장은 가제축제를 기획했습니다. 토종가제는 청정을 대표하는 생물입니다. 인근에 전봇대가 있거나, 오염원이 있다면 가제는 살지 못합니다.
축제를 열려면 접근성을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차량이 손쉽게 드나들 수 있고 주차시설이 가능한 곳에 축제장을 지정했으니, 그곳에 가재가 살고 있을 리 없었습니다.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인근 계곡에서 가재를 잡아다 넣으면 됩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축제에 사활을 건 당해 지자체장은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 공무원을 동원해 가재잡이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포획한 가재를 풀고 축제를 열었지만, 축제장에서 가재를 잡은 관광객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가재는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보다 나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강합니다. 포획된 가재가 그 자리에 있을 리 만무한 일입니다. 결국 가재축제 또한 대실패로 끝났습니다.
재미있는 축제 이야기 마무리
지역축제 성공여부는 독창성과 친환경적이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행정에서 뒷받침이 될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행정의 독선에 의한 축제는 실패의 대표적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축제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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